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2013)는 전 세계를 빙하기로 몰아넣은 미래, 인류 생존자들이 한 열차 안에서 계급 사회를 형성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입니다. 이후 2020년 미국에서 TNT 드라마 시리즈로 리메이크되어 시즌 4까지 이어졌습니다. 영화와 드라마는 같은 원작 그래픽 노블을 기반으로 하지만, 서사와 캐릭터, 메시지 전달 방식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영화 <설국열차>와 드라마 <설국열차>를 비교하며 각각의 특징과 차이점을 분석해 보겠습니다.
설국열차 영화 줄거리와 특징
2013년 개봉한 영화 <설국열차>(Snowpiercer)는 프랑스 그래픽 노블 <르 트랑스퍼스네르쥬(Le Transperceneige)>를 원작으로 봉준호 감독이 연출했습니다. 기후 재앙으로 인해 지구는 영하 수십 도의 빙하기로 변했고, 살아남은 인류는 ‘설국열차’라는 거대한 열차 안에서만 생존할 수 있습니다. 열차는 앞칸일수록 부유층, 뒷칸일수록 빈민층이 모여 사는 계급 사회를 형성하고 있으며, 주인공 커티스(크리스 에반스)는 억압받는 뒷칸의 사람들을 이끌고 혁명을 일으킵니다.
영화는 뒷칸 사람들이 차례로 열차의 앞칸을 점령해 나가는 여정을 통해 계급 간 불평등과 권력 구조를 풍자합니다. 커티스와 동료들은 잔혹한 진압을 뚫고 교실 칸, 사우나 칸, 연회 칸 등 다양한 사회 단면을 반영한 칸들을 지나며, 마치 ‘열차 속의 축소된 지구’를 여행하는 듯한 서사를 보여줍니다. 특히 강렬한 액션과 봉준호 특유의 블랙 유머, 그리고 빈부 격차에 대한 사회적 메시지가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커티스는 열차의 실질적 지배자인 윌포드(에드 해리스)와 대면합니다. 그는 커티스에게 ‘혁명의 성공조차 기획된 시스템의 일부’라는 충격적 진실을 전하며, 열차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일부 인류는 희생되어야 한다는 냉혹한 논리를 펼칩니다. 그러나 동시에 기차 밖에서 살아남은 생명체(북극곰)가 등장하면서, 영화는 ‘폐쇄된 시스템을 깨고 새로운 희망을 찾을 수 있다’는 열린 결말로 마무리됩니다. 이는 인류 문명에 대한 봉준호 감독의 독창적인 시각을 보여주는 장치로, 영화는 사회 비판적 메시지와 예술성을 동시에 인정받아 전 세계적으로 호평을 받았습니다.
설국열차 드라마 줄거리와 세계관 확장
2020년부터 TNT에서 방영된 드라마 <설국열차>(Snowpiercer)는 영화와 마찬가지로 원작 그래픽 노블에서 출발했지만, 봉준호 영화와는 다른 접근 방식을 택했습니다. 드라마는 지구가 빙하기로 변한 배경과 계급 사회가 유지되는 열차라는 기본 설정을 공유하지만, 캐릭터와 서사를 확장하여 장기간의 이야기 전개에 적합하게 각색했습니다.
드라마의 주인공은 전직 형사 출신 안드레 레이튼(데이비드 디그스)으로, 뒷칸 출신이자 열차에서 벌어지는 살인 사건 수사를 맡게 됩니다. 이를 통해 드라마는 단순한 계급투쟁 서사에 그치지 않고, 미스터리와 수사극의 요소를 결합하여 흥미를 높였습니다. 또한 영화에서 등장하지 않았던 새로운 인물들이 다수 추가되며, 각 칸의 사회 구조와 정치적 갈등을 세밀하게 묘사했습니다.
드라마에서는 윌포드의 부재 속에서 ‘멜라니 카빌’(제니퍼 코넬리)이 열차를 관리하는 인물로 등장합니다. 멜라니는 승객들에게 윌포드가 여전히 열차를 지배한다고 믿게 하지만, 사실은 자신이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었음을 드러냅니다. 이 과정에서 ‘지도자의 정당성’, ‘거짓된 권위’, ‘생존을 위한 희생’ 같은 주제가 강조됩니다. 드라마는 시즌이 진행될수록 권력 다툼, 분열, 연합 등 다양한 정치적 서사를 펼치며, 영화가 보여준 단선적 혁명 서사에서 벗어나 복잡한 인간 군상을 담아냈습니다.
드라마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 3개 시즌이 공개되었고, 시즌 4로 완결되었습니다. 시즌이 이어질수록 열차 내부의 계급 문제뿐만 아니라, 기차 밖의 생존 가능성에 대한 탐험도 확장되었습니다. 이는 영화의 열린 결말을 장기적인 서사로 풀어낸 셈으로, 폐쇄된 열차 사회와 바깥 세계의 가능성을 병렬적으로 탐구한 점이 특징입니다.
영화와 드라마의 차이점과 의미
영화와 드라마 <설국열차>는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지만, 관점과 서사 구조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입니다. 먼저 영화는 약 2시간 러닝타임 내에서 강렬한 비주얼과 상징으로 압축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반면 드라마는 에피소드 단위로 사건을 풀어내며, 다양한 캐릭터의 서사와 정치적 갈등을 세밀하게 탐구합니다. 영화가 ‘혁명과 탈출’을 중심 주제로 삼았다면, 드라마는 ‘권력과 생존’이라는 장기적 질문을 다룹니다.
또한 영화는 계급 갈등과 불평등을 사회적 은유로 삼아 날카로운 풍자를 보여주었지만, 드라마는 수사극·정치극의 요소를 접목해 대중성을 강화했습니다. 이를 통해 영화는 비평가와 관객에게 깊은 철학적 인상을 남겼고, 드라마는 장르적 재미와 세계관 확장으로 팬층을 확보했습니다. 특히 드라마는 여성 캐릭터 멜라니의 리더십과 모성, 레이튼의 형사적 시각을 중심으로, 인간 군상의 복잡성을 다층적으로 그려냈다는 점에서 영화와 구별됩니다.
결국 두 작품은 서로 보완적인 의미를 가집니다. 영화가 단번에 강렬한 메시지를 전하는 ‘비유와 상징의 예술’이라면, 드라마는 사회와 정치의 현실적 문제를 세밀하게 보여주는 ‘장기 서사극’으로 기능합니다. 두 작품 모두 인류가 맞닥뜨린 위기 속에서 ‘생존의 대가와 인간성의 본질’을 묻는다는 점에서는 동일한 철학적 질문을 던집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설국열차>는 영화와 드라마 각각이 독립적 가치와 매력을 지닌, 동시대 SF 장르의 중요한 텍스트로 평가받습니다.
댓글